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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은 세월이 침식한 흔적을 남긴다. 질량의 소멸도 에너지 보존 법칙을 따른다. 그러나 「탈출 공간」 안에서는 모든 법칙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나는 궁극의 건축 미학을 숭배한다. 독점된 ‘탈출 공간’을 만들어낸 존재로 세상에 이름을 떨쳤고, 사람들은 나를 ‘탈출 예술가’라 부른다. 건축가들의 존재는 ‘로스 산토스(洛圣都)’라는 도시의 정의 자체를 뒤바꾸었다. 이 도시는 건축학으로 인해 새로운 문명 시대로 진입했다. 하지만 그 천재적인 건축가들조차 완벽한 건축에는 끝내 도달하지 못했다. 오직 나만이 그 심연을 넘어섰고, 차원의 속박마저 돌파해냈다. 오늘의 이야기는, 당신들이 로스 산토스에 발을 들이는 순간 시작된다. 이 여정의 끝에서, 나는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겠다.

고밍(高明)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양지마을 단지의 그 집—고씨 일가의 장례식에 가족과 직장 동료, 그리고 딸의 남자친구까지, 망자와 얽힌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향이 피어오르고 황지가 날리는 빈소. 누군가는 통곡하고, 누군가는 조의금 봉투를 만지작거리고, 누군가는 망자의 유산을 두고 셈을 시작한다. 「곧 화장(火葬)이 시작됩니다」라는 안내가 떨어지기 전에, 각자가 풀어야 할 매듭이 너무 많다. 겉으로는 슬픔과 추모로 단정한 척하지만, 빈소의 공기 아래로는 묵은 원망과 비밀, 돈과 체면이 뒤엉켜 흐른다. 추리보다 드잡이질, 진실보다 살아남기—망자를 보내는 한바탕 막장 코미디가 시작된다.

서기 2118년 3월 13일, 세계에는 역병이 만연해 있었다. 【이터널】이라 불리는 바이러스가 급속히 전 세계로 퍼진 것이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은 24시간 이내에 반드시 뇌사 상태가 되고, 몸이 피를 원하며 미쳐 날뛰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된다. 그 괴물들은 눈에 들어오는 모든 생물을 무차별적으로 습격해 잡아먹고, 침과 피를 통해 바이러스를 주입한다. 괴물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전 세계를 지배해 버렸다. 이 괴물은 속칭 “좀비”라 불린다. 각국 정부는 붕괴했지만, 일부 강한 실력을 갖춘 국가는 응급 조치로 자국 땅에 높은 벽(월)을 세웠다. 월 안쪽은 천국 같은 안전지대다. 차이나의 대지에도 그런 “도원향”이 만들어졌다. 그 도시는 【차이나 시티】라 불렸다.

평온함이 내려앉은 청안시 도금로의 어느 작은 마을. 그 고요함 이면에는 언제부턴가 서늘한 괴담 하나가 맴돌고 있다. 한밤중의 학교, 그곳을 떠도는 그림자와 마주친다면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도망칠 것. 달빛조차 숨을 죽인 어느 밤, 각자의 짙은 심연을 안고 네 명의 남녀가 굳게 닫힌 교문을 넘는다. 누군가는 지독한 악연의 숨통을 끊어내기 위해, 누군가는 스스로 생(生)의 불씨를 꺼버리기 위해, 누군가는 부서져 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지켜내기 위해, 그리고 누군가는, 오직 소중한 친구를 구원하기 위해. 엇갈린 네 개의 비극, 허락된 단 하나의 탈출구. 어둠 속에서 마주치게 될 그 모든 존재들을 조심해라.

이 도시에는 한 번도 빛이 든 적이 없다. 사람들을 깨우는 것은 아침 해가 아니라 뜨겁게 타오르는 욕망이다. 나는 내가 무엇에 집착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알고 있다. 이제는 무언가를 해야 할 때라는 것을. 먼지 쌓인 지난날들을 위해 나는 이 화려한 도시를 걷고, 이 무너져 가는 지옥에서 잠들며, 굳게 닫힌 문을 하나, 또 하나 두드린다. 내가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반드시 모든 진실을 밝혀내 이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다. 언젠가는 모두가 떠나게 된다. 굳이 순서를 정해야 한다면, 부디 다음은 나이기를. 나는 해를 향해 태어났고, 다시 해를 향해 죽어 갈 것이다. 이 어둠 뒤에 죽음이 있다는 것은 두렵지 않다. 다만 이 어둠 뒤에도 여전히 어둠뿐일까 봐 두려울 뿐이다. 구름을 걷어내도, 빛은 보기 어렵다.
심령 라디오, 무인 열차, 죽지 않는 사람, 원한 어린 영아…… 기이하기 짝이 없는 열두 개의 이야기. 허구와 진실 사이에서 실타래를 한 올 한 올 풀어내며, 믿기 어려운 진실에 다가간다. 이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모든 것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