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의 일이다. 한 태권도장의 고등부 수련생들이 1박 2일 일정의 수련회를 위해 깊은 산속에 틀어박힌 오래된 소형 수련원을 찾았다. 늘 땀 냄새가 배어 있던 도장을 벗어나 맞이하는 첫 하룻밤. 낯선 공간에 익숙한 얼굴들이 모여들자 기묘한 들뜸이 피어올랐다. 코끝을 찌르는 오래된 건물 특유의 퀴퀴한 냄새,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신경질적으로 삐걱거리는 문, 그리고 얇은 벽 너머로 은밀하게 번져나가는 작은 소리들. 아이들은 그 스산함을 떨쳐내려는 듯 평소보다 조금 더 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었고, 억지로라도 평소보다 조금 더 시끄럽게 웃어댔다.
수련원에 도착한 직후, 관장 장태식은 특유의 굵직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오늘 이곳에 있는 건 오직 우리 도장 사람들뿐이라고. 본래라면 으레 수련원 관리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으나, 하필이면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라고 했다. 애당초 대관이 어렵다는 완곡한 거절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장태식은 자신이 수련회 책임자이자 임시 관리자 역할까지 도맡겠다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였고, 기어코 관리자조차 없는 이 텅 빈 수련원의 사용 허락을 받아낸 것이다.
그날, 이 적막한 수련원에 발을 들인 인간은 단 여섯 명뿐이었다. 관장 장태식과 사범 한유정. 그리고 고등부 수련생인 강태민, 민도겸, 서은찬, 김하준. 산짐승조차 숨을 죽인 산속의 낡은 건물 안에는 정말이지 그들 여섯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수련원은 뼈대마저 삭아가는 듯한 낡은 건물이었다. 종잇장처럼 얇은 벽은 방음의 기능 따위는 상실한 지 오래여서, 복도에서 나는 소리마저 방 안까지 어렴풋이 기어들어 왔다. 건물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길고 어두운 복도. 그리고 그 아득한 끝에는 평소엔 사용하지 않는다는 ‘닫힌 방’이 있었다.
불길하게도 그 닫힌 방의 문에는 바깥쪽으로 무거운 걸쇠가 달려 있었다. 누군가 밖에서 걸쇠를 걸어버리면 안쪽에서는 절대 문을 열고 나올 수 없는, 완벽한 밀실 구조였다.
실내에는 주인을 잃은 빈방이 여러 개 널려 있었고, 장태식은 도착하자마자 그 방들을 각각 관장방, 사범방, 수련생방으로 배정했다. 식사와 단체 행동을 위한 안내는 가장 넓은 회의실에서 진행하기로 규칙을 정했다.
형식적인 짧은 수련 일정과 쫓기듯 마친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 밤이 내려앉았다. 그날의 날씨는 분명 맑았다. 비도 내리지 않았고, 창문을 흔드는 바람 한 점 없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밤하늘에는 달이 떠 있지 않았다. 인공의 빛이 닿지 않는 산속의 밤은 도시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무거웠다. 전등 불빛이 꺼지면, 수련원 안팎은 코앞에 선 사람의 얼굴조차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칠흑으로 변해버렸다.
게다가 끔찍하게도 화장실은 건물 안이 아닌 야외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밤중에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꼼꼼한 어둠이 깔린 검은 복도와 출입구를 지나 벌레가 우는 야외로 직접 걸어 나가야만 했다.
저녁 식사가 한창이던 무렵, 관장 장태식이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수련생들에게 검은 복도 끝 닫힌 방에 대한 이야기를 불쑥 꺼냈다.
“너희들, 저기 검은 복도 끝에 있는 닫힌 방 있지? 바깥쪽에 쇳덩이 걸쇠가 달린 그 문 말이다. 수련원 관리인이 신신당부를 하더구나. 밤마다 그 방 안에서 노크 소리가 들린다고. 똑... 똑... 똑... 딱 그렇게 세 번씩. 호기심에라도 절대 저 문을 열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어. 끔찍한 귀신이 저 방 안에 갇혀 있다고 하더구나. 오늘은 관리자도 안 계시고 여기엔 우리밖에 없어. 그러니 밤에 저 복도 끝 닫힌 방에서 무슨 소리가 나더라도, 절대 문 열지 마라.”
그의 말이 끝나자 누군가는 실없이 웃음을 터뜨렸고, 누군가는 등골을 훑는 오한에 괜스레 검은 복도 쪽을 힐쩍 돌아보았다. 장태식의 경고는 수련회 저녁 식사 자리에 어울릴 법한 얄팍하고 짧은 괴담처럼,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날 밤.
똑... 똑... 똑...
다음 날 아침, 수련생 김하준이 증발하듯 사라졌다. 처음엔 그저 일찍 일어나 야외 화장실에 갔거나 수련원 근처를 서성이고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수련원 안팎을 아무리 뒤져도 하준의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았다. 수련생방에도, 식사를 앞둔 회의실에도, 야외 화장실에도 녀석은 없었다.
결국 남겨진 사람들의 시선은 짓눌린 불안감과 함께 어젯밤 괴담의 진원지였던 그곳으로 서서히 향했다. 새카만 복도의 끝, 닫힌 방.
닫힌 방의 낡은 문. 놀랍게도 그 문에는 굳건하게 바깥쪽 걸쇠가 걸려 있었다. 누군가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그 차가운 걸쇠를 풀었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퀴퀴한 먼지 냄새가 쏟아져 나오는 그 어두운 방 안에서, 사라졌던 김하준이 발견되었다. 김하준은, 이미 미동조차 하지 않는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있었다.

강태민태권도장 수련생 (18/남)
분위기를 이끄는 고등부 수련생.

민도겸태권도장 수련생 (18/남)
강태민의 곁에서 조용히 분위기에 휩쓸리는 학생.

서은찬태권도장 수련생 (17/남)
불안이 많고 눈치를 자주 보는 학생.

한유정태권도장 사범 (28/여)
수련생들을 가까이에서 지도하는 사람.

장태식태권도장 관장 (45/남)
이번 수련회를 책임지는 인솔자.